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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7/05/26 버냉키 FRB의장 “美 세계화, 함정에 빠졌다”(펌)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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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街 “세계화가 양극화 주범” 자성론


세계화의 총사령부 격인 월스트리트에서 세계화의 부작용에 대한 경고음이 잇달아 울리고 있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 특집기사를 통해 세계화가 양극화 심화의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초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등의 잇단 양극화 경고에 이은 자성이다.

WSJ는 개발도상국(개도국)은 물론 미국과 같은 선진국도 같은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전했다.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긴장은 남미 좌파 포퓰리즘 정권의 잇단 등장을 낳는 등 정치적 변화까지 불러오고 있다는 진단도 내놨다. 특히 평등주의 교육전통의 한국에서도 지난 10년간 세계화로 인해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일단 ‘파이부터 키워야 한다’는 성장지상주의와 ‘경제는 경제논리로 풀자’는 월스트리트의 접근방식이 ‘비등점’에 도달했음을 월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누구를 위한 세계화인가=10여년 전 세계화 체제에 개도국 경제가 잇달아 편입될 때만 해도 최대 수혜층은 저개발국 저소득층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개도국으로의 공장 이전으로 고용창출과 임금인상 효과가 기대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멕시코와 중국 등에서는 극빈층이 줄고, 생활수준이 일부 향상됐다. 하지만 그 대가는 극심한 빈부격차였다고 WSJ는 지적했다. 미국은 물론 멕시코, 아르헨티나, 인도, 중국, 한국 등에서도 세계화의 단맛을 빨아들인 계층은 첨단기술과 고등교육으로 무장한 일부에 불과했다. 비숙련 저소득층은 치열한 국제경쟁에 따라 신기술이 도입되면서 곧바로 일자리를 잃었다. 더 싼 노임을 노린 제2의 해외공장 이전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인 길레르모 페리와 마르셀로 올라레아가는 ‘경제자유화’를 선택한 남미 12개국 중 9개국에서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양극화는 태국과 인도, 베트남은 물론 한국에서도 확연해졌다.

중국의 경우는 더욱 극적이다. 1984년부터 2004년까지 소득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100에 가까울수록 불평등)가 29에서 47로 커졌다. 역시 세계은행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0~2005년 사이 중국 도시의 최저 10%의 1인당 소득이 26% 오른 데 비해 상위 10%는 133%나 증가했다. 세계화가 ‘빨대 꽂기 경쟁(Sucker’s game)’이라는 논리를 입증한 셈이다.

◇FTA의 빛과 그림자=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을 맺은 멕시코의 카를로스 살리나스 당시 대통령은 저임금 탈출을 약속했다. 적어도 그의 임기 동안은 약속이 지켜졌다. 폭스바겐 자동차공장이 들어선 푸에블라의 경우, 섬유 노동자들이 자동차공장으로 옮겨 10~20% 많은 임금을 받았다. 하지만 몇년 뒤 새 제조 라인이 깔리면서 무더기로 해고됐다. 신기술을 습득할 교육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측이 시트와 운전대 등 부품공장을 아웃소싱함에 따라 또 다시 집단해고가 이어졌다. 푸에블라에는 상황변화에 적응한 숙련노동자들을 위한 주택건설이 붐을 이루고 고급 쇼핑몰이 들어섰다. 반면 비숙련 노동자들은 미국으로 불법이민을 가거나 일용직 건설노동자로 전락했다. 지역경제에 돈이 돌게 된 것은 저소득층에게 또 다른 불이익으로 작용했다. 집값 및 임대료 상승으로 살던 마을을 떠나 도시 밖으로 추방됐기 때문이다. 국제경쟁과 기술개발, 교육불평등, 부동산가격 상승의 수레바퀴가 빈곤의 대물림으로 귀결된 셈이다.

◇세계화는 지속가능한가=세계화로 사회 전체적인 부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신기술에 적응한 저소득층 자녀 일부는 중산층에 합류할 기회를 갖기도 했다. 하지만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불만은 남미 각국에서 좌파정부의 출현을 낳았다.

세계화의 지속가능 여부는, 인민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개방·개혁을 선택한 중국 공산당의 고민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올해 들어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 프로그램의 확대를 공약하고 부자들의 세금회피 등에 대한 대대적 단속을 하고 있다. 양극화를 방치할 경우 자칫 공산당 지배체제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월가의 자본논리를 대변하는 WSJ는 양극화 문제를 집중 진단하면서도 대책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양극화 심화→사회적 긴장고조→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치적 변혁의 악순환 구조를 방치하는 한 세계화의 성장동력 자체가 고갈될 수 있다는 지적은 올들어 세계화 진영 내부에서 잇따르고 있다.

자유무역으로 매년 1조달러의 경제 효과가 있는 미국 내에서도 실질소득 감소와 고용불안, 빈부격차로 인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버냉키 FRB 의장은 지난 2월7일 ‘오마하 연설’을 통해 “세계화 30년간 심화된 양극화로 인해 미국 경제의 성장동력인 역동성이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데니 로드릭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1월 미 경제학회 연례회의에서 일단 자유무역 확대에 제동을 걸고, 사회정책의 아젠다를 우선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프타 구축에 참여했던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를 비롯한 FTA 지지자들도 잇달아 회의론자로 입장을 바꾸고 있다.